2026-10-15 21 0 0 0 0 0 10일전 0

어머니의 씨앗

별이 지는 밤, 어머니의 이름을 부르며

칠십한 살의 은퇴 공직자이자 작가인 윤세진은 무리한 주식 투자로 평생 모은 재산을 잃고 거액의 빚까지 떠안는다. 아내와 자식들에게 실패를 숨겨 온 그는 빚을 막기 위해 어머니가 남긴 고향 땅을 팔기로 한다. 평생 흙냄새 난다며 외면했던 고향은 이제 파산한 그가 마지막으로 기댈 수 있는 도피처가 된다. 수십 년 만에 돌아온 흙담집은 잡초와 거미줄에 뒤덮여 있다. 무너진 부엌과 닳아 버린 호미, 기름종이에 싸인 낡은 통장, 장독대 아래 감춰진 항아리는 어머니 이옥순의 침묵했던 생애를 하나씩 드러낸다. 어머니는 가뭄 든 논의 물꼬를 지키고, 달걀을 팔아 아들의 참고서값을 마련했으며, 밤새 방앗간에서 찧은 햅쌀을 서울로 보냈다. 그러나 도시의 성공과 체면을 좇던 세진은 흙 묻은 어머니의 손을 밀쳐 내고, 터미널..
칠십한 살의 은퇴 공직자이자 작가인 윤세진은 무리한 주식 투자로 평생 모은 재산을 잃고 거액의 빚까지 떠안는다. 아내와 자식들에게 실패를 숨겨 온 그는 빚을 막기 위해 어머니가 남긴 고향 땅을 팔기로 한다. 평생 흙냄새 난다며 외면했던 고향은 이제 파산한 그가 마지막으로 기댈 수 있는 도피처가 된다.
수십 년 만에 돌아온 흙담집은 잡초와 거미줄에 뒤덮여 있다. 무너진 부엌과 닳아 버린 호미, 기름종이에 싸인 낡은 통장, 장독대 아래 감춰진 항아리는 어머니 이옥순의 침묵했던 생애를 하나씩 드러낸다. 어머니는 가뭄 든 논의 물꼬를 지키고, 달걀을 팔아 아들의 참고서값을 마련했으며, 밤새 방앗간에서 찧은 햅쌀을 서울로 보냈다. 그러나 도시의 성공과 체면을 좇던 세진은 흙 묻은 어머니의 손을 밀쳐 내고, 터미널에서는 보따리를 인 어머니를 모르는 사람처럼 외면했다.
세진이 장독대 깊은 곳에서 발견한 것은 재산만이 아니다. 자신이 보내 준 돈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은 통장, 아들이 오면 밥을 비벼 주려고 남겨 둔 들기름병, 그리고 ‘세진이 줄 호박씨’, ‘우리 큰놈 먹일 토종 콩’이라고 적힌 무명 씨앗 주머니가 나온다. 담도암의 고통을 파스로 견디면서도 끝까지 자식의 밥과 앞날만 걱정했던 어머니의 사랑 앞에서 세진의 오만과 위선은 무너진다.
세진은 그제야 자신이 어머니에게 저질렀던 무심함을 아들 도현과 딸 지영에게 그대로 되풀이해 왔음을 깨닫는다. 실직한 아들을 무능하다고 몰아세우고 딸의 선택을 자신의 기준으로 재단했던 그는, 성공한 아버지가 아니라 상처를 대물림한 아들이었다.
“ 어머니의 씨앗 ”은 한 남자의 뒤늦은 참회에서 출발해 가족 3대의 상처와 화해를 그리는 서정적 가족소설이다. 농촌의 노동을 목가적인 풍경으로 미화하지 않고, 굽어 버린 척추와 갈라진 발뒤꿈치, 손톱 밑의 검은 흙을 통해 한 어머니가 감당했던 삶의 무게를 보여 준다.
흙을 배반하고 세운 아스팔트 위의 성공은 끝내 무너지지만, 어머니가 남긴 씨앗은 자식과 손자들의 손으로 건너간다. 사랑은 상대를 자신의 뜻대로 키우는 일이 아니라, 씨앗이 스스로 싹을 틔울 때까지 낮은 곳에서 기다려 주는 일임을 전하는 작품이다.
가장 늦게 돌아온 아들은 묻는다. “엄마야, 내가 왜 그 사랑을 이제야 알았을까.” 그리고 차가운 겨울의 밭에서, 가족은 아직 오지 않은 봄을 함께 기다리기 시작한다.
사람과 제도, 그리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인간의 선택을 오랫동안 관찰해 온 작가다. 진주중·고등학교를 거쳐 성균관대학교와 경희대학교 대학원에서 법학을 공부했으며, 고려대학교 노동대학원에서 근로복지정책을,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을 공부했다.
한국외환은행에서 직장 생활을 시작한 뒤 법무부 사법경찰관과 고용노동부 근로감독관으로 근무했다. 이후 근로복지공단에서 보험재정국장과 산재심사위원회 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30여 년 동안 노사관계와 산업재해보상보험, 근로복지와 사회보험제도를 가까이에서 다루었으며, 국민건강보험·국민연금·산재보험·고용보험 등 국가 사회보험의 징수 통합과 관련된 업무에도 참여했다.
오랜 공직 생활을 통해 법과 제도가 사람의 삶을 보호하는 울타리가 되기도 하지만, 때로는 한 사람의 사정과 고통을 온전히 담아내지 못한다는 사실을 지켜보았다. 같은 환경에서도 서로 다른 선택을 하는 사람들, 사랑한다는 이유로 상대에게 상처를 주는 가족들, 자신의 잘못을 알면서도 쉽게 사과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가까이에서 만났다. 이러한 경험은 인간의 마음과 관계를 탐구하는 글쓰기의 밑바탕이 되었다.
퇴직 후에는 현장에서 만난 사람들과 삶의 기억을 바탕으로 소설과 산문, 역사·인문 및 자기계발 분야의 글을 꾸준히 쓰고 있다. 가족 사이에 쌓인 침묵과 상처, 노년의 삶과 죽음, 기억과 후회, 뒤늦게 건네는 사과와 화해의 가능성을 주요한 주제로 다룬다. 한 사람이 자신의 삶을 어떻게 기억하고 설명하는지, 그 기억이 다른 사람의 기억과 얼마나 다를 수 있는지를 탐구하는 데에도 관심을 두고 있다.
장편소설 《어머니의 씨앗》은 평생 흙을 떠나 성공하려 했던 한 아들이 뒤늦게 어머니의 노동과 사랑을 마주하는 이야기다. 어머니의 굽은 허리와 갈라진 손, 낡은 호미와 오래된 통장, 들기름병과 씨앗 주머니에는 한 사람이 가족의 삶을 지키기 위해 감당한 노동과 고독의 시간이 새겨져 있다.
주인공 세진은 어머니가 남긴 흔적을 따라가며 자신이 외면해 온 사랑의 무게를 깨닫는다. 그 과정에서 자신이 어머니에게 저질렀던 단절과 냉혹함을 아들과 딸에게 되풀이해 왔음을 발견하고, 그 대물림을 멈추기 위해 자신의 삶을 돌아본다. 작품은 늦게 찾아온 후회가 어떻게 책임 있는 삶의 시작으로 바뀔 수 있는지를 묻는다.
주요 작품으로 장편소설 《108개의 질문을 들고 떠났다》, 소설집 《시간의 조각들과 기억의 여정》, 《기억의 정원에서 피어나는 이야기》, 《기억의 좌표》, 《침묵이 들려주는 이야기》, 《저무는 별빛, 흐르는 계절, 남겨진 파도》, 《어린 영혼들의 피란길》, 《15초의 미로》 등이 있다. 이 밖에도 수필과 산문, 역사·인문, 자기계발 및 사회보험 분야에서 여러 저서를 펴냈다.
현재 한국예술인복지재단(문체부 산하기관)의 예술활동 작가로 등록되어 집필과 콘텐츠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유튜브 채널 〈작가 윤창섭의 서재〉, 〈윤도사의 역사비사〉, 〈지구촌의 삶〉을 운영하며 문학과 역사, 인간의 삶과 운명에 관한 이야기를 독자들과 나누고 있다.
그에게 글쓰기는 이미 알고 있는 답을 설명하는 작업이 아니라, 오래 살아왔음에도 여전히 알지 못하는 인간의 마음을 다시 묻는 과정이다. 자신의 작품이 하나의 정답을 제시하기보다 독자가 책을 덮은 뒤 자신의 삶과 가족, 미처 전하지 못한 말을 돌아보게 하는 작은 질문으로 남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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